邑居有堂榭之勝。似無與於爲政。而達士急焉。俗吏慢焉。蓋心之本體。洞徹虛靈。而不能不爲物所蔽。善養則通。不善養則窒。通則能物物而處當乎理。窒則物引物而處不當理。善養之法。固在操存省察。而居處淸曠。亦助養之具也。昔者。曾晳浴沂詠歸。而夫子深與焉。朱子遇一樹稍淸陰處。必嘯詠徘徊而不能去。此徒外境之爲樂哉。將以外境助養吾心爾。政出於心。心得其養。然後政得其宜。達士急於堂榭之勝。其意可想矣。若夫俗吏。簿書期會爲先務。拘拘焉苟逭罪責。夫孰知養心而發政乎。吾故人尹公子仰。名斗壽 以喉舌近臣。分竹鹽州。 延安別號 四遠瞷其爲政。下車未久。卽事土木。闢地客館之南。建堂而扁以平遠。瞷者笑其爲。吾獨意其超脫俗臼也。歲庚辰冬。余因省墓坡山。過是府。被子仰邀余觴于是堂。則平臨迥野。遠挹江海。大池波光。遙岑積翠。萃于几席之閒。庭心鑿方塘可三畝。綠萍無隙。遊魚戲鴨。出沒得意。塘有小島占其中。可植奇花異卉。鹽州得此堂之勝。古未曾有也。余然後始知子仰有意乎助養也。退省民語。咸曰吾侯政平。使民不擾。邨犬不夜吠云爾。則斯堂之作。其無益於爲政歟。莊子曰。室無空虛。婦姑勃豀。心無天遊。六鑿相攘。子仰其欲處空虛而樂天游者乎。雖然。外境之勝。所以助養也。操存省察。乃養之之本法也。務其助而忽其本。則亦非眞養也。子仰旣有其助矣。其可不勉乎本哉。子仰求記。故放言至此。想擇蕘說。
고을의 거처에 훌륭한 경치의 당사가 있는 것이 정사를 하는데 관계없을 것 같지만 달사는 급히 여기고 속리는 태만히 한다. 마음의 본체가 통철하고 신령하나 물건에 가리는 바 되지 않음이 없으니 잘 기르면 통하게 되고 잘 기르기 못하면 막히게 된다. 통하면 일마다 이치에 맞게 처리할 수 있고 막히면 일이 일을 끌어당겨 처리함이 이치에 합당하지 못하게 되니 잘 기르는 법은 진실로 마음을 잡아 지키고 살피는데 있으며 맑고 탁 트인 거처는 또한 기름을 돕는 도구이다.
옛날에 증석이 기수에서 목욕하고 읊조리며 돌아오거늘 공자님께서 깊이 허여하셨고 주자께서는 조금이라도 맑은 그늘이 있는 나무를 만나면 반드시 휘파람불고 읊조리며 배회하여 떠나가지 못하셨으니 이것이 다만 외경만을 즐겨서 이겠는가? 장차 외경으로써 내 마음의 수양을 도울 뿐이다.
정사는 마음에서 나오니 마음이 올바른 수양을 얻은 뒤에야 정사가 그 마땅함을 얻을 수 있다. 달사는 경치가 좋은 정사를 짓는 것을 급히 여기니 그 뜻을 생각할 만 하도다. 그런데 저 속리는 부서기회를 급선무로 여겨 구구하게 다만 죄와 책임만을 면하려 하니 어찌 마음을 수양하여 정사에 드러내는 것을 알겠는가?
내 친구 윤공 자앙은 후설같은 가까운 신하로서 염주에 수령이 되었다. 사방 멀리에서도 그가 정사 하는 것을 보았는데 염주에 도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토목공사에 종사하여 객관의 남쪽에 땅을 개간하여 집을 짓고 평원이라고 편액을 거니 지켜보는 자들이 그가 하는 일을 비웃었는데 나는 홀로 그가 세속을 초탈했다고 생각하였다.
경진년 겨울에 내가 파주에 성묘 가는 일로 이 고을을 지나가다가 자앙에게 초청받아 이 당에서 술을 마셨는데 평평하게 펼쳐있는 넓은 들판, 멀리 이어져있는 강과 바다, 큰 연못의 물결, 먼 봉우리의 푸른 숲이 궤석의 한적한 뜰에 모여 있으며 가운데 세 이랑쯤 되는 네모진 연못을 파니 푸른 부평초가 빽빽하여 틈이 없고 노는 물고기와 오리가 마음대로 출몰하며, 못에 작은 섬이 그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으니 기이한 화초를 심을 만 하였다. 염주가 이 당의 아름다운 경치를 얻은 것이 옛날엔(부터) 없었던 것이다.
그런 뒤에 내가 비로소 자앙이 양심을 도움에 뜻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물러가 백성들의 말을 살펴보니 다 말하기를 “우리 사또가 정사를 공평히 하여 백성들이 혼란하고 야비하지 않게 하며 개가 밤에 짖지 않게 한다.”고 하니 이 당을 지은 것이 어찌 정사를 함에 유익함이 없겠는가? 장자가 말하기를 “방에 여유가 없으면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성내고 다투며 마음에 천유가 없으면 육착이 서로 빼앗는다.”고 하였으니, 자앙은 아마도 공허함에 처하여 천유를 즐기고자 하는 자 일 것이다.
비록 그러나 외경의 훌륭한 경치는 양심을 돕는 것이요 조존성찰은 바로 그것을 기르는 근본되는 법이니 그 조양하는 기구에만 힘쓰고 근본을 소홀히 한다면 또한 참된 기름이 아니다. 자앙은 이미 그 조양의 기구를 소유하였으니 그 근본에 힘쓰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자앙이 기를 구하였기 때문에 멋대로 말한 것이 여기에 이르렀으니 초부의 말이라도 택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