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자료

광문자전(廣文者傳) / 사비추해(士悲秋?)

잉여인생 공부라도 하라지? 2014. 10. 1. 19:16

광문자전(廣文者傳) / 사비추해(士悲秋?)

자세한 주석과 본문내용은 한글파일을 다운 받아주세요.

 

광문자전-사비추해 (번역,발표).hwp

 

 

 

 

광문자전

 

廣文者 丐者

광문(廣文)이라는 사람은 거지였다.

 

甞行乞鍾樓市道中 群丐兒 推文作牌頭 使守窠

일찍이 종루(鐘樓)의 저자길 가운데서 빌어먹고 다녔는데, 무리의 거지 아이들이 광문을 밀어주어 패거리의 우두머리로 삼고, 소굴을 지키게 했다.

 

一日天寒雨雪 群兒相與出丐 一兒病不從

하루는 날이 몹시 차고 눈이 내리는데, 거지 아이들이 같이 빌러 나가고 한 아이는 병이 들어 따라가지 못했다.

 

旣而兒寒專纍 欷聲甚悲

이윽고 아이가 고달프게 추워하는데 흐느끼는 소리가 심히 슬펐다.

 

文甚憐之 身行丐得食 將食病兒 兒業已

광문이 심히 불쌍하여 몸소 나가 밥을 얻어 왔는데, 장차 병든 아이를 먹이려니 아이는 이미 죽어 있었다.

 

群兒返乃疑文殺之 相與搏逐文 文夜匍匐入里中舍 驚舍中犬

거지 아이들이 돌아와서는 이에 광문이 그를 죽였다고 의심하여 같이 광문을 두들겨 쫓아내니, 광문이 밤에 엉금엉금 기어서 마을의 어느 집으로 들어가다가 집의 개를 놀라게 했다.

 

舍主得文縛之 文呼曰, 吾避仇 非敢爲盜如翁不信 朝日辨於市

집주인이 광문을 잡아다 묶으니, 광문이 외치며 말하길, “나를 해치려는 사람들을 피해 온 것이지 감히 훔치러 온 것이 아닙니다. 영감님이 믿지 못하신다면 내일 아침에 저자에 나가 알아보십시오.”

 

辭甚樸 舍主心知廣文非盜賊 曉縱之

말이 심히 순박하여 집주인이 마음속으로 광문이 도둑이 아닌 것을 알고서 새벽녘에 그를 풀어 주었다.

 

文辭謝請弊席而去

광문이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해진 자리를 청하여 가지고 갔다.

舍主終已恠之 踵其後望見群丐兒曳一尸 至水標橋 投尸橋下 文匿橋中 裹以弊席 潛負去 埋之西郊之墦間 且哭且語

집주인이 끝내 몹시 기이하게 여겨 그 뒤를 밟았다. 멀찍이서 바라보니, 거지 아이들이 시체 하나를 끌고 수표교(水標橋)에 와서 그 시체를 다리 밑으로 던져 버리는데, 광문이 다리 속에 숨어 있다가 떨어진 거적으로 그 시체를 싸서 몰래 짊어지고 가, 서쪽 교외 무덤 사이에 묻고서 울다가 중얼거리다가 하는 것이었다.

 

於是舍主執詰文 文於是盡告其前所爲及昨所以狀

이에 집주인이 광문을 붙들고 사유를 물으니, 광문이 이에 그 앞에 한 일과 어제 그렇게 된 상황을 다 고하였다.

 

舍主心義文 與文歸家 予文衣 厚遇

집주인이 광문을 의롭게 생각해 광문과 같이 집에 돌아와 광문에게 옷을 주고 광문을 후하게 대우하였다.

 

竟薦文藥肆富人作傭

마침내 광문을 약국을 운영하는 어느 부자에게 천거하여 고용인으로 삼게 하였다.

 

保久之 富人出門 數數顧 還復入室 視其扃 出門而去 意殊怏怏

오랜 후 어느 날 부자가 문을 나서다 자주자주 뒤를 돌아보다 다시 방으로 들어가서 그 문빗장(자물쇠)을 보고, 문을 나서는데 마음이 크게 만족하지 않은 기색이었다.

 

旣還大驚熟視文 欲有所言 色變而止

이윽고 돌아와 크게 놀라며 광문을 눈여겨 자세히 보면서 어떤 말을 하고자 하였으나 안색이 변하면서 그만두었다.

 

文實不知 日默默亦不敢辭去

광문은 진실로 알지 못하여서 매일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고 또한 감히 그만두고 가지 못하였다.

 

 

 

旣數日 富人妻兄子持錢還富人曰,

이윽고 며칠이 지나 부자의 처조카가 돈을 가져와 돌려주며 말하기를,

向者吾要貸於叔 會叔不在 自入室取去 恐叔不知也

"이전에 제가 숙부께 돈을 빌리러 왔는데 마침 숙부가 계시지 않아서 스스로 집안으로 들어가 취하여 갔는데 아마도 숙부께서는 알지 못하셨을 겁니다."

 

於是富人大慚廣文 謝文曰,

이에 부자는 광문에게 너무 부끄러워서 광문에게 사죄하며 말하기를,

 

吾小人也 以傷長者之意 吾將無以見若矣

나는 소인이다. 장자의 마음을 상하게 했으니 나는 장차 너를 볼 수가 없다.

 

於是遍譽所知諸君及他富人大商賈 廣文義人

이에 알고 지내는 여러 어진 사람들과 다른 부자나 큰 장수에게 광문이 의로운 사람이라고 두루 칭찬하였다.

 

 

사비추해

 

士悲秋, 悲霜耶?

선비는 가을을 슬퍼하니, 서리 내리는 것을 슬퍼함인가?

 

非草木也.

초목이 아닌 것이다.

 

悲將寒耶?

장차 추워지는 것을 슬퍼함인가?

 

非鴻與蟄蟲.

큰기러기와 겨울잠 자는 벌레가 아닌 것이다.

 

若不遇時之跅弛; 離鄕國之旅, 亦何待秋而悲也?

만약 때를 만나지 못해 멋대로 행동하여 찬찬하지 못함에 이른 고향과 나라를 떠나는 나그네라면, 또한 어찌 가을만을 기다려 슬퍼하겠는가?

 

異哉!

이상하기도 하다!

 

風而歔欷, 不自聊, 見月則, 幾至於涕,

바람을 마주하여 흑흑 느끼어 울며 스스로 즐기지 못하고, 달을 보면 비통하여 거의 눈물을 흘리는 것에 이른다.

彼其悲, 何故以也?

저들의 그 슬픔은 무슨 까닭에 의해서인가?

 

問之悲之者, 悲之者, 亦只知悲之, 不知其所以悲之者.

슬퍼하는 자에게 물어보니, 슬퍼하는 자 또한 단지 슬퍼할 줄만 알지, 그 슬퍼지는 것에 의한 바는 알지 못한다.

, 我知之矣!

, 나는 알겠다!

爲男, 爲女, 女陰之氣也, 男陽之氣也.

하늘은 남자라 하고, 땅은 여자라 하는데, 여자는 음의 기운이요, 남자는 양의 기운이다.

 

陽氣, 生於子, 於辰巳, 故巳爲純陽之氣,

양기는 자월(음력 11)에 생겨나 진사(음력 34)에서 왕성한 까닭에 사월(음력 4)은 순수한 양의 기운이 된다.

而天道盛則衰, 自巳月已後, 陰生而陽漸,

그러나 하늘의 도리는 성하면 곧 쇠하니, 사월 이후부터는 음이 생겨나고 양은 점점 쇠한다.

 

衰而凡四三月, 陽氣死而盡, 古人名其時曰’.

쇠하면서 무릇 서너 달이 지나면 양의 기운이 없어져 다하는데, 옛사람이 그때를 지칭하여 가을이라고 했다.

然則秋者, 陰盛無陽之時也.

그런즉 가을이라는 것은 음이 성하고 양은 없는 때이다.

山頹, , 磁石所指鐵, 物亦然.

동산이 무너지매 낙수의 종이 울고, 자석이 가리키는바 쇠바늘이 달려오니, ()이 또한 그러하다.

人之稟陽氣者, 如之何其不秋悲也?

오직 사람으로 양의 기운을 타고난 자가 어찌 그 가을을 슬퍼하지 않음과 같겠는가?

: “春女思, 秋士悲.”

속담에 봄에는 여자가 그리워하고, 가을에는 선비가 슬퍼한다.” 라고 한다.

天地之感也.

천지의 느낌이다.

 

 

或曰 : “ 有子之說, 士之悲以其陽之衰, 則凡世之不幗而髥, 皆已悲之矣, 胡獨惟士而悲之也?”

어떤 이가 말하였다. “정말로 당신의 말대로 선비가 슬퍼함이 그 양의 기운이 쇠함으로서 슬퍼하는 것이라면 곧 온 세상의 건귁을 하지 않고 수염이 난 자들은 모두 이미 가을을 슬퍼할 것이다. 어찌 홀로 오직 선비만이 슬퍼하는가?”

 

: . 今夫秋之殷也, 其風驚, 其鳥遠征, 其水鳴, 其花黃而貞,

내가 말하였다. “그렇다. 이제 저 가을이 성하면 그 바람이 놀라고, 그 새가 멀리 가고, 그 물이 울고, 그 꽃이 노랗게 피어 곧고,

 

其月揚明, 黯然陽索之兆, 溢於聲氣, 則觸而遇之者, 孰不悲之?

그 달이 밝은데, 은밀히 양의 기운이 다하는 조짐이 소리와 기운에 넘치면 곧 닿고 만나는 자 누가 슬퍼하지 않겠는가?

 

而嗟! 下乎士, 則方力焉而不知也, 溺於俗者, 且醉死.

! 선비보다 낮은 이는 곧 일을 하느라 알지 못하고, 세속에 빠진 자는 또 취하여 죽는다.

 

惟士不然, 其識足以卞哀傷, 其心又善感於物,

오직 선비는 그렇지 않고, 그 식견이 족히 애상을 분별하고, 그 마음이 또한 사물을 느끼기를 잘하여

 

或以酒, 或以釰, 或燈而讀古書, 或聽鳥與蟲, 或采花, 能靜而察之, 虛而受之.

혹은 술을 마시고, 혹은 검을 다루고, 혹은 등불로 고서를 읽고, 혹은 새소리와 벌레소리를 듣고, 혹은 꽃을 따면서 능히 고요하게 살피고, 비우고 그것을 받는다.

 

故天地之機, 感乎中; 天地之變, 感乎外.

그러므로 천지의 기미를 마음으로 느끼고, 천지의 변화를 밖에서 느낀다.

 

悲是秋者, 舍士其誰也? 雖欲不悲, 得乎?

이 가을을 슬퍼하는 자가 선비를 두고 그 누구이겠는가? 비록 슬퍼하지 않으려고 해도 되겠는가?

 

宋玉: “悲哉! 秋之爲氣也.”

송옥이 말하기를, “슬프구나! 가을의 기운이여.” 라고 하고

 

歐陽脩: “此秋聲也.” 悲之.

구양수가 말하기를 이는 가을의 소리이다며 슬퍼하였다.

 

若而人者, 其可爲士也乎!

이와 같은 사람들은 가히 선비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絅錦子: “余悲夕, 而知秋之莫之悲而悲也.

경금자는 말한다. “내가 저녁을 슬퍼하면서, 가을이 슬퍼할 것이 없는데도 슬퍼지는 것을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