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진보 전집/11권 行類 13

11-13<分陰行> 李嶠

¹³ 李嶠唐李嶠借漢武帝汾陰之祠하여 以諷明皇幸蜀之事하니 盛衰固不同也라 明皇이 在蜀에 聞歌此詞하고 問之하여 知爲嶠所作하고 感之泣下하니라당나라 이교가 한무제가 분음에서 제사했던 것을 빌려 명황이 촉땅으로 행차한 일을 풍자했으니 성쇠가 진실로 같지 않다. 명황이 촉땅에 있을 때 이 글을 노래하는 것을 듣고 누군지 물어서 이교가 지은 것 임을 알고 감동하여 눈물 흘렸다. 君不見昔日西京全盛時 그대는 보지 못 하였나 옛날 서경이 전성기일 때에 汾陰后土親祭祠 분음에서 후토에 친히 제사드렸네 齋宮宿寢設齋供 제사에서 머물러 자며 제사 음식을 베푸니 撞鍾鳴鼓樹羽旗 종 치고 북 울리며 깃털 깃발을 세웠네 漢家四葉才且雄 한나라 4대가 재주있고도 웅장하니 賓延萬靈服九戎 온갖 신을 귀한손님처럼 맞이해서 아홉 오랑캐를 복종시켰네 柏..

11-12<君子行> 聶夷中

₁₂ 聶夷中此詩는 言君子擧事에 當防閑於未然之先하고 不可以嫌疑自處也라이 시는 군자가 일을 처리함에 마땅히 미처 일어나기 전에 방비하고 혐의에 스스로 처해서는 안 됨을 말하였다. 君子防未然 군자는 미연에 방지하니 不處嫌疑間 혐의가 있는 곳에는 처하지 않네 瓜田不納履 오이밭에서는 신발 끈을 묶지 않고 李下不正冠 배나무 아래에서는 관을 고치지 않네 嫂叔不親授 제수와 시숙과는 친히 주고받지 않고 長幼不比肩 어른과 아이는 어깨를 나란히 하지 않네 勞謙得其柄 겸손함에 애써서 덕을 얻을 수 있고 和光甚獨難 내 잘난 점 숨김을 매우 유독 어렵다네 周公下白屋 주공은 초가에 사는 선비에게도 낮추어서 吐哺不及餐 먹던 밥을 뱉어 제때 밥도 먹지 못 하였고 一沐三握髮 한번 머리 감음에 세 번이나 머리를 잡아 쥐었으니 後世稱聖賢 ..

11-11<今夕行> 杜子美

₁₁ 杜子美 今夕何夕歲云徂 지금 저녁이 어떤 저녁인가 한해가 또한 저물어가니 更長燭明不可孤 밤 시간은 길고 등불은 밝아서 저버릴 수 없다네 咸陽客舍一事無 함양 객사에는 한가지일도 없으니 相與博塞爲歡娛 서로 박새놀이로 기뻐하고 즐거워하네 憑陵大叫呼五白 멋대로 달려들고 크게 소리치며 오백을 외치니 袒跣不肯成梟盧 발 벗고 나서도 기꺼이 효와 로를 이루지 못하네 英雄有時亦如此 영웅도 때때로 또한 이와 같이 했으니 邂逅豈卽非良圖 우연히 만나서 노는 것이 어찌 좋은 방책이 아니랴 君莫笑劉毅從來布衣願 그대는 유의가 지난날 포의때 가졌던 소원을 비웃지 말라 家無儋石輸百萬 집에 한두섬도 없으면서 백만을 걸고서 승부 걸었네南史에 劉毅家無儋石之儲로되 樗蒲一擲百萬이라하니라남사에 “유의는 집에 한두섬의 저축도 없었는데 저포 노..

11-10<桃源行> 王介甫

₁₀ 王介甫古今詠桃源者 多惑於神仙之說이어늘 荊公이 獨指爲避秦之人이라하니라고금에 도원을 읊은자가 많이들 신선의 말에 미혹되었었는데 형공이 홀로 진을 피해서 간 사람이 만들었다고 가리켜 말하였다. 望夷宮中鹿爲馬 망이궁 안에서 사슴을 말이라 하니 秦人半死長城下 진나라 사람 반은 장성 아래에서 죽었네 避世不獨商山翁 세속을 피해 숨은자가 유독 상산사호만 있는 것이 아니요 亦有桃源種桃者 또한 도원에 복숭아 심은 사람 있다네 一來種桃不記春 처음 와서 복숭아 심은지 몇 해나 되었는지 알지 못 하니 采花食實枝爲薪 꽃 따고 열매 먹으며 가지로 섶을 만들었네 兒孫生長與世隔 자손들이 태어나 자람에 세상과 막혀있으니 知有父子無君臣 부자가 있는줄만 알고 군신은 없네 漁郞放舟迷遠近 어부가 배 가는대로 가다가 원근을 잃어버리니 花間..

11-9<虎圖行> 王介甫

⁹ 王介甫 壯哉非熊亦非貙 장대하다 곰도 아니고 또한 추호도 아니고 目光夾鏡當坐隅 눈빛은 두 개의 거울을 걸어 놓은 듯 모퉁이를 차지하고 앉아있네 橫行妥尾不畏逐 제멋대로 돌아다니고 꼬리를 늘어트리고 쫒아옴을 두려워하지 않고 顧眄欲去仍躊躇 돌아보고 가려하다가 그대로 머뭇거리는 모습이네 卒然一見心爲動 갑자기 처음 보고는 마음이 놀랐었는데 熟視稍稍摩其鬚 익숙히 보니 점차 그 수염을 만질 수 있었네 固知畵者巧爲此 진실로 화공이 교묘히 이것을 그렸음을 알겠으니 此物安肯來庭除 이 호랑이가 어찌 기꺼이 뜰에 들어올 수 있겠는가 想當盤礴欲畵時 생각건대 두다리 쭉 뻗고 앉아서 그리려고 할때에 睥睨衆史如庸奴 여러 화가들을 깔보며 하찮은 종 보듯 했으리라莊子에 宋元君이 將畵圖할새 衆史皆至하여 受揖而立하다 有一史後至하여 受揖不..

11-8<莫相疑行> 杜子美

⁸ 杜子美郭英義倅蜀하니 公與英義不合하여 去成都時作이라곽영의가 촉땅의 원이 되었는데 공과 영의가 뜻이 맞지 않아 성도를 떠날 때 지은 것이다. 男兒生無所成頭皓白 남아로 태어나 이룬 것 없이 머리만 희어지고 牙齒欲落眞可惜 치아는 빠지려 하니 진실로 애석해 할만 하네 憶獻三賦蓬萊宮 생각해보니 봉래궁에서 세편의 부를 바칠 때에는 自怪一日聲輝赫 나도 이상할정도로 하루아침에 명성이 높아졌네明皇天寶中에 朝獻太淸宮하고 享廟及郊하니 甫時獻三大禮賦하니라명황제 천보년간에 태청궁에서 조헌하고 종묘에 제향하고 교제를 올리니 두보가 이때 삼대례부를 바쳤다. 集賢學士如堵墻 집현전 학사들이 담처럼 둘러싸서禮記孔子射於矍相之圃할새 蓋觀者 如堵墻이라하니라예기에 “공자께서 확상의 들에서 활 쏘실 때 구경하는 자들이 담처럼 둘러쌌다.” 하였..

11-7<續麗人行> 蘇子瞻

⁷ 蘇子瞻李仲謀家에 有周昉畵背面欠伸內人하니 戲作此詩라이중모의 집에 주방이 그린 얼굴을 등지고 하품하고 기지개 켜는 궁녀 그림이 있었으니 장난삼아 이 시를 지었다. 深宮無人春日長 깊은 궁중에 사람 없고 봄날은 긴데 沈香亭北百花香 침향정 북쪽에 온갖 꽃들은 향기롭구나李白進淸平詞云 名花傾國兩相歡하니 長得君王帶笑看이라 解釋春風無限恨하여 沈香亭北倚闌干이라하니라이백이 올린 청평사에 이르기를 “모란과 양귀비를 두가지 모두 즐거워 하니 길이 군왕께서 웃음을 띠고 보시네. 봄바람의 무한한 한을 풀어내어 침향정 북쪽 난간에 기대네.” 하였다. 美人睡起薄梳洗 미인이 잠에서 일어나 막 머리빗고 세수하니 燕舞鶯啼空斷腸 제비가 춤추고 꾀꼬리 울어서 공연히 애를 끊네 畵工欲畵無窮意 화공이 무궁한 뜻을 그리고자 하니 背立春風初破睡 ..

11-6<內前行> 唐子西

⁶ 唐子西大觀四年에 張天覺이 拜相이러니 是夕에 彗星沒하고 久旱而雨하니라대관 4년에 장천각이 재상에 배수 되었는데 이날 저녁에 혜성이 사라지고 오래 가물다가 비가 내렸다. 內前車馬撥不開 대궐에 수레와 말들이 많아 비집고 다니지도 못할 정도이니 文德殿下宣麻回 문덕전 아래에서 선마하고 돌아가기 때문이네 紫微舍人拜右相 자미성의 사인 장천각이 우상에 임명 되니唐開元中에 改中書省爲紫微省하니 張天覺이 自中書舍人爲相이라당나라 개원년간에 중서성을 고쳐 자미성이라 하였으니 장천각이 중서성 사인이었다가 재상이 되었다. 中使押赴文昌臺 궁중 사자가 옥새 찍어 문창대에 가져가네唐則天이 改尙書省爲文昌臺라당나라 층천무후가 상서성을 고쳐 문창대라 하였다. 旄頭昨夜光照牖 혜성이 지난밤엔 빛나서 창에 비치더니 是夕鋒芒如禿箒 이 날 저녁엔..

11-5<琵琶行 비파를 노래하다> 白居易

⁵ 白居易按白樂天自序云 元和十年에 予左遷九江郡司馬하다 明年秋에 送客湓浦口할새 聞舟船中夜彈琵琶者하니 聽其音하니 錚錚然有京都聲이라 問其人하니 本長安娼女로 嘗學琵琶於穆曹二善才러니 年長色衰에 委身爲賈人婦라 遂命酒하여 使快彈數曲하다 曲罷에 憫然自敍少小時歡樂事와 今漂淪憔悴하여 轉徙於江湖間이라 予出官二年에 恬然自安이러니 感斯人言하여 是夕에 始覺有遷謫意라 因爲長句歌하여 以贈之하니 凡六百二十二言이라 命曰琵琶行이라하다 其抑揚頓挫流離沈鬱之態가 雖千載之下라도 宛然琵琶哀怨之聲也라살펴보건데 백락천의 자서에 이르기를 “원화 10년에 내가 구강군사마로 좌천 되었다. 다음해 가을에 객을 분포 어귀에서 전송할 때 한밤중에 배 안에서 비파 타는 것을 들으니 그 소리를 들어보니 쟁쟁하여 경도의 소리였다. 연주한 사람을 물으니 본래 장안의 ..

11-4<苦熱行 진짜 덥다> 王轂

⁴ 王轂 祝融南來鞭火龍 축융이 남쪽에서 와서 화룡을 채찍질 하니 火旗焰焰燒天紅 불깃발이 활활 하늘에 붉게 불타네 日輪當午凝不去 해가 오시에 이르러 엉겨 붙어 가지 않으니 萬國如在紅爐中 온 나라가 붉은 화로 안에 있는 듯 하네 五嶽翠乾雲彩滅 오악의 푸른 초목이 마르고 구름빛이 사라졌으니 陽侯海底愁波竭 양후가 바다 밑에서 물이 마를까 근심하네 何當一夕金風發 어쩌면 어느날 저녁에 가을 바람이 불어와서 爲我掃除天下熱 나를 위하여 천하의 더위를 쓸어 없애주겠는가

11-3<去矣行 떠나야 되겠다> 杜子美

³ 杜子美 君不見鞲上鷹 그대는 보지 못 하였나 가죽토시 위의 매가 一飽則飛掣 한번 배부르면 번개같이 날아감을鮑明遠詩에 昔如鞲上鷹한데 今似檻中猿이라 呂布傳에 曺操曰 譬如養鷹하야 飢則爲用하고 飽則颺去라포명원의 시에 “옛날엔 가죽토시 위의 매 같았는데 지금은 우리 속의 원숭이 같다.”하였다. 여포전에 “조조가 말하기를 ‘비유하자면 매를 길러서 굶주리면 쓸 수 있고 배가 부르면 날아 가버린다.’”하였다. 焉能作堂上燕 어찌 당위의 제비가 되어서 銜泥附炎熱 진흙을 물고 권세가에게 붙겠는가 野人曠蕩無靦顔 내가 야인이라 호탕해서 뻔뻔한 얼굴이 없으니 豈可久在王侯間 어찌 오랫동안 왕후의 사이에 있을 수 있겠는가 未試囊中飧玉法 주머니 속의 옥 먹는법을 아직 시험해보지 못 했으니 明朝且入藍田山 내일 아침에 장차 남전산으로 ..

11-2<偪側行 궁핍함을 노래하다> 杜子美

² 杜子美 偪側何偪側 궁핍하고 어찌 그리 궁핍한가 我居巷南子巷北 나는 거리 남쪽에 살고 그대는 거리 북쪽에 있네 可恨隣里間 한스럽네 이웃 마을 사이에 十日一不見顔色 열흘에 한번도 안색을 보지 못 하네 自從官馬送還官 관마를 관에 돌려주고 나서부터 行路難行澀如棘 길가는 어려움이 가시같이 난삽하네 我貧無乘非無足 내가 가난하여 수레는 없다고 발이 없는 것은 아니나 昔者相遇今不得 옛날에는 서로 만났는데 지금은 볼 수가 없네 實不是愛微軀 진실로 내 작은 몸을 아껴서가 아니요 又非關足無力 또한 발에 힘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네徒步翻愁官長怒 걸어 다니다가는 도리어 관장에게 노여움 살까 걱정이 되니 此心炯炯君應識 애타는 이 마음을 그대가 응당 알 것이다 曉來急雨春風顚 새벽에 소나기 내리고 봄바람이 불어재끼니 睡美不聞..

11-1<草書歌行> 李太白

¹ 李太白按 陸羽撰懷素傳에 云 懷素疎放하여 不拘細行하여 飮酒以養性하고 草書以暢志라 酒酣興發이면 遇寺壁里墻에 靡不書之하며 貧無紙일새 乃種芭蕉萬餘株하여 以供揮洒하니라살펴보건데 육우가 쓴 회소전에 이르기를 “회소는 소탈하고 방탕하여 자잘한 행실에 구애받지 않아 술을 마셔 성품을 키우고 초서로 뜻을 펼쳤다. 술에 거나하게 취하여 흥이 발하면 절의 벽이나 마을의 담장을 만남에 글을 쓰지 않음이 없으며 가난하여 종이가 없을때에는 이에 파초 만여그루를 심어서 그림 그리는데 이바지 하였다.” 하였다. 少年上人號懷素 소년 스님은 호가 회소이고 草書天下稱獨步 초서가 천하에 독보적이라 칭해지네 墨池飛出北溟魚 묵으로 된 연못에서는 북명의 곤어가 나오고 筆鋒殺盡中山兎 붓털은 중산의 토끼를 다 잡아죽였네 八月九月天氣凉 팔구월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