⁹<虎圖行> 王介甫
壯哉非熊亦非貙 장대하다 곰도 아니고 또한 추호도 아니고
目光夾鏡當坐隅 눈빛은 두 개의 거울을 걸어 놓은 듯 모퉁이를 차지하고 앉아있네
橫行妥尾不畏逐 제멋대로 돌아다니고 꼬리를 늘어트리고 쫒아옴을 두려워하지 않고
顧眄欲去仍躊躇 돌아보고 가려하다가 그대로 머뭇거리는 모습이네
卒然一見心爲動 갑자기 처음 보고는 마음이 놀랐었는데
熟視稍稍摩其鬚 익숙히 보니 점차 그 수염을 만질 수 있었네
固知畵者巧爲此 진실로 화공이 교묘히 이것을 그렸음을 알겠으니
此物安肯來庭除 이 호랑이가 어찌 기꺼이 뜰에 들어올 수 있겠는가
想當盤礴欲畵時 생각건대 두다리 쭉 뻗고 앉아서 그리려고 할때에
睥睨衆史如庸奴 여러 화가들을 깔보며 하찮은 종 보듯 했으리라
莊子에 宋元君이 將畵圖할새 衆史皆至하여 受揖而立하다 有一史後至하여 受揖不立하고 因之舍어늘 公이 使人視之하니 解衣盤礴臝라 君曰 可矣라 是眞畵也라하니라
장자에 “송원군이 장차 그림을 그리려고 할 때 여러 화공들을 모두 불러 인사 받고 서있게 하였다. 한 화공이 늦게 와서는 인사 받고 서있지 않고 그대로 집으로 갔는데 공이 사람을 시켜 그를 살펴보게 하니 옷을 풀어 벌거벗은 상태로 두다리를 쭉 뻗고 있었다. 군이 말하기를 ‘옳구나. 이 사람이 진실로 화공이로다.’ 했다.” 하였다.
神閑意定始一掃 정신이 차분하고 뜻이 안정됨에 비로소 한번 붓 휘두르니
功與造化論錙銖 공력이 조화옹과 작은 차이를 따질만하네
八絲爲銖요 八銖爲錙라
실 8개 꼬는 정도가 수요 수 8개 놓는 정도가 치이다.
悲風颯颯吹黃蘆 슬픈 바람이 쓸쓸히 누런 갈대에 불어오니
上有寒雀驚相呼 위에는 추운 참새들이 놀라 서로 지저귀네
槎牙死樹鳴老烏 앙상한 고목에는 늙은 까마귀가 우니
向之俛噣如哺雛 나무 향해 부리 수그리고 새기 먹이는 듯 하네
山墻野壁黃昏後 산의 담장과 들의 벽에 해 저물고 걸어두면
馮婦遙看亦下車 빙부가 멀리서 보고 또한 수레에서 내리리라.
孟子에 晉人有馮婦者善搏虎하더니 有衆逐虎할새 望見馮婦하고 趨而迎之한대 馮婦攘臂下車라하니라
맹자에 “진나라 사람 빙부가 호랑이를 잘 잡았는데 여러 사람이 호랑이를 쫓을 때 빙부를 보고는 달려가 맞이 하였는데 빙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수레에서 내려왔다.” 하였다.